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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주(가명·45) 씨는 매일 휴대전화를 들어 첫째 딸의 메신저 프로필 사진을 확인해본다. 연락을 할 수 없는 아이가 잘 지내는지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딸은 엄마와 갈등이 잦았다.

아이의 방황은 충분히 이해할만했다. 아빠는 태어난 지 100일 만에 사고로 하늘로 떠났고 새 아빠는 폭력이 심했다. 마음 추스를 새도 없이 받아들여야 했던 엄마와 새 아빠와의 사이에서 생겨난 동생들을 감당하기도 벅찼을 거다. 그렇게 엄마를 경찰에 신고하고 가출을 밥 먹듯이 하며 큰딸은 "한 번만 더 나를 찾아오면 경찰에 신고해버리겠다"는 말만 남긴 채 연락이 없다.

◆ 첫번째 남편은 죽고, 새로 만난 남편은 폭력

첫째 효진(가명·22)이 태어난 뒤 100일도 안 돼 사고로 세상을 떠난 남편으로 좀처럼 마음을 잡기가 힘들던 박 씨는 4년 뒤 친구의 소개로 새로운 남자를 만났다. 이번엔 가정폭력이었다. 새 남편과의 사이에서 둘째 딸 가영(가명·18)과 셋째 아들 재영(가명·16)이 태어났지만 폭력은 박 씨는 물론 아이들에게도 향했다. 가정폭력 쉼터를 전전하던 넷은 10년 전 경북의 한 도시로 도망쳐 내려왔다.

아이들 외에는 마음 붙일 곳이 없었던 박 씨. 정착한 낡은 집의 잦은 고장으로 박 씨네를 자주 찾았던 한 수리 기사와 어느덧 마음을 나누게 됐다. 그렇게 넷째 재율(가명·9)과 하율(가명·7)이 태어났다. 다섯 아이와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자 박 씨는 작은 식당을 운영해가며 아이들을 키워갔다. 하지만 난생처음 해보는 장사로 적자가 계속됐고 식당은 얼마 못 가 문을 닫았고 생활고에 시달렸다.

박 씨에게 생활고보다 더 어려운 건 첫째를 돌보는 일이었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동생을 돌봐야 하는 부담으로 딸은 툭하면 가출을 해버렸다. 도망갈 곳이라곤 외할아버지 집이 전부였지만 그 역시 술만 마시면 손녀에게 폭행을 가했다. 치료되지 못한 마음은 친구들에게 향하는 폭력으로 표출됐고 박 씨는 매번 학교에 불려 다니기 바빴다. 결국 딸은 집에서 생활하기 싫다며 엄마를 경찰에 신고해 학대 피해 아동 쉼터에서 생활하며 멀어져갔다.

◆ 원룸에서 네 식구 생활

박 씨와 네 명의 아이가 사는 곳은 원룸. 박 씨는 1~2년마다 이사를 해야 하는 신세에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올 3월 겨우 임대 주택에 들어갔지만 아이들이 시끄럽다는 이유로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받지 못하고 쫓겨나 앉은 곳이 원룸이다.

넷째와 다섯째 아빠와는 혼인 신고도 하지 않고 주말마다 만나며 지내고 있지만 그 역시 자녀가 있어 박 씨의 아이들을 온전히 지원해주기란 어렵다. 매번 전화로 "엄마 도와줘라"는 말을 아이들에게 건네는 게 유일한 아빠의 역할이다.

작은 집 한 공간에서의 생활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아이들 성별이 다른 탓에 둘째와 셋째가 옷을 갈아입으려면 사람 한 명만 들어가도 꽉 차는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야만 한다. 잠도 옹기종기 붙어 자다 보니 막내의 몸부림에 얼마 전 박 씨의 앞니마저 나갔다. 아이들의 건강 상태도 나빠졌다. 둘째는 스트레스로 갑상선 항진증이, 넷째는 피부병과 급성 알레르기 질환인 아나필락시스를 앓고 있다.

여기에 서로의 마음도 곪아간다. 첫째가 쏟아두고 간 말에 엄마 박 씨 역시 상처를 입은 건 매한가지다. 해준 게 없어 등록금이라도 마련해주고자 거액의 대출금을 빌려줬지만 남자친구와 동거를 하는 딸 모습에 박 씨는 그만 실망을 해버렸다. 둘째, 셋째 역시 친구들과 트러블로 엄마를 학교로 자주 호출한 탓에 지칠 대로 지쳐버린 박 씨는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다.

대출금을 감당하지 못해 기초생활수급자로 앉은 지 오래고 월 190만원으로 생활하는 중이지만 네 명의 아이를 키우기는 매월 빠듯하다. 그럴수록 박 씨는 나날이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이 심해진다. 지인들이 밖으로 나오라지만 그럴 용기가 없는 그는 방 안에 갇힌 채하루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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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주현 기자 pearz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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