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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삐'
대구의 한 대학병원 1인 집중 치료실. 심전도 기계음만 나지막하게 적막한 치료실을 가득 채운다. 말없이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는 인도 출신 샤르마(40) 씨는 멍하니 어두컴컴한 창밖을 바라만 본다. 자신의 몸 구석구석 퍼져있는 악성 종양을 어떻게 할까. 막막함과 외로움에 눈물 한 방울이 볼을 타고 흐른다.


5년 전 여행으로 찾은 대구. 인도에선 좀처럼 마실 수 없는 깨끗한 공기, 따뜻한 사람들이 참 좋아 한국에 푹 빠져버렸다. 그렇게 시작한 한국생활. 일자리를 구해 풍요롭진 않았지만 샤르마 씨만의 한국 생활을 꾸려나갔다.


이젠 꼼짝없이 병원 신세만 져야 하는 처지가 됐다. 어쩌면 고향마저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올해 초 혈액암 판정을 받은 그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 한국 생활하던 형제에게 뜻하지 않게 찾아온 불청객, 혈액암
몸이 이상 신호를 보낸 건 2년 전부터였다. 목과 간에 번갈아 가며 알 수 없는 통증이 찾아왔다. '그냥 몸이 힘들어 잠깐 아픈 거겠지' 불규칙한 통증에 샤르마 씨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겼다. 다만 인도에 있는 가족들은 불안감이 커져갔다. 매일 전화기 너머로 알려오는 샤르마 씨의 증상이 자꾸만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걸렸던 병의 증상과 겹쳤기 때문이었다.


그런 동생이 걱정된 형 프라반(42) 씨는 한국행을 택했다. 아버지 증상을 닮아가는 동생을 낯선 땅에 홀로 둘 순 없었다. 그렇게 둘은 2년 전 대구의 자그마한 원룸에서 한국 생활을 함께 시작했다.


형은 북구 3공단에서, 동생은 염색공단에서 일하며 월 120~150만원의 돈도 차곡차곡 벌어나갔다. 수입은 두 배로 늘었지만, 생활은 여유롭지 못했다. 형의 한국행으로 인도에 있는 2명의 친누나와 어머니, 그리고 프라반 씨의 딸과 아내 생활비를 이들이 부담해야 했던 탓이었다. 형제는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굶기를 반복하며 허리띠를 꽉 졸라맸다.


불청객은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 올해 초 샤르마 씨의 불규칙한 통증은 어느덧 규칙적으로 변했다. 동네 의원을 찾아도, 약을 먹어도 몸은 좀처럼 호전되지 않았다. 결국 지난달 느지막하게 찾은 대학병원. 샤르마 씨는 악성 림프종 혈액암 판정을 받았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같은 병명이었다. 악성 종양은 그의 몸속 모든 림프를 뒤덮은 상태였다.


그토록 아버지와 닮지 않길 바랐건만 우려는 현실이 돼버렸다. 동생도 아버지처럼 갑자기 떠나보내야 하는 게 아닌지 프라반 씨는 매일 밤 걱정에 잠 못 이룬다.


◆ 동생 병원비 마련해야 하지만 일감 뚝 끊겨
그런 샤르마 씨의 병간호에 여자친구이자 사실혼 관계인 마리아(40) 씨도 적극 나선다. 필리핀 출신 그녀는 5년 전 지인 소개로 샤르마 씨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한국에서 가수 생활을 하며 생활비를 벌어나갔지만 샤르마 씨가 아픈 이후로는 가수 생활을 접고 병간호에만 집중한다. 그녀는 매일 병원을 찾아 연인의 옷을 갈아입히고 식사를 챙기지만 정작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며 그만 눈물을 터뜨리고 만다.


좋은 친구들도 뒀다. 함께 공단에서 일했던 친구들도 매일 밤 샤르마 씨의 병실을 찾는다. 두려움에 매번 눈물을 흘리는 그에게 친구들은 웃음을 지어 보인다. 삼삼오오 돈을 모아 병원비를 보태주고 싶지만,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게 생활비를 꼬박 보내야하는 탓에 형편이 넉넉지 않은 건 이들도 마찬가지다. 선뜻 돈을 쥐어주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에 친구들은 괜히 농담 던지기만 반복한다.


이제 홀로 생계비와 동생 병원비까지 짊어져야 하는 프라반 씨의 어깨는 나날이 무거워져 간다. 설상가상 코로나19로 일이 끊겨 형은 급한 대로 농사일, 공사장 일용직 등을 찾아 생계비를 벌어보지만 3천만원이 넘은 병원비는 좀처럼 감당할 길이 없다. 여기에 얼마 전 만료된 샤르마 씨의 비자로 의료보험도 더 이상 적용이 안 된다.


그런 형에게 하염없이 미안한 샤르마 씨는 병원 침대 이불 속에 파붇혀 신에게 간절히 빌어본다.
'제발 낫주세요'


배주현 기자 pearz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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