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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괜찮아질까?"
"그럼 엄마가 꼭 낫게 해줄게. 걱정 마 우리 아들"
대구 끝자락에 위치한 수성구 범물동의 한 임대아파트. 39㎡ 남짓한 작은 집에서 한 모자(母子)가 삶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남편의 폭력이 일상이던 12년간의 끔찍했던 결혼생활에서 벗어나 둘은 새 삶을 시작했다. 길고 어둡던 세월의 종지부를 찍고 엄마 김수애(가명‧61) 씨는 청각장애를 지닌 아들 '김현종(가명‧26) 씨만은 끝까지 보호하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그렇게 애지중지 키웠던 아들이 아프다. 삶의 빛나는 순간을 미처 보기도 전에 현종 씨의 눈은 시력을 잃고 어둠 속으로 침잠해간다. 아들에게 자꾸만 찾아오는 희귀병들. 본인이 떠난 세상 속 홀로 남겨질 아들 생각에 목이 메는 엄마는 아들의 병마에 최선을 다해 맞서 싸우고 있다.


◆ 술과 도박에 빠진 남편, 폭력으로 얼룩진 결혼생활
"참 바보 같았다"
결혼생활을 회생하던 수애 씨가 내뱉은 첫말이었다. 30년 전 일터에서 만난 남편과 늦은 나이에 올린 결혼식. 타일공이던 남편은 도박과 알코올 중독에 빠져 살았다. 벌어오는 돈은 족족 도박장에 쏟아부었다. 그렇게 매번 돈을 잃고 돌아오는 집. 화풀이는 수애 씨에게로 향했다.


손찌검은 일상이었다.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날이면 폭행은 더 심했다. 수애 씨는 이 고통스러운 생활을 견디기 위해선 마땅한 이유를 찾아야 했다. 나중에는 '내가 맞을 짓을 해서 맞구나' 하며 자신을 납득시키기까지 했다. 하지만 어떤 이유든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었다.


한날 '더 이상 돈을 빌릴 데가 없다'는 수애 씨의 말에 남편은 가만두지 않겠다며 벽돌을 들고 왔다. '사람은 바뀌겠지'라는 작은 희망 하나만을 품고 버텨온 수애 씨는 그 모습에 희망이 결코 현실이 될 수 없다는 걸 직감했다. 길고 긴 이혼 소송 끝에 엄마는 아들을 데리고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 청각장애 아들 번듯하게 키우고 싶었지만…희귀병 찾아와
수애 씨는 아들이 아버지 모습을 닮을까 무서웠다. 아버지를 보면 무서워 벌벌 떠는 아들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엄마는 어떻게든 아들을 번듯하게 키워내고 싶었다.


아들은 럭비공 같았다. 엄마는 매일 친구들의 놀림을 피해 숨어있는 아들을 찾아 나섰다. 일터에서 급히 전화를 받고 달려간 학교. 엄마는 외진 운동장 한구석에 웅크려있던 아들을 발견하고 어깨를 살며시 토닥였다. "괜찮아 네 잘못은 없어" 그렇게 밤낮없이 아들을 따라다니며 공부시키다 보니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웠다.


엄마의 바람대로만 커 주면 얼마나 좋을까. 중학생이 되던 해 현종 씨에게 희귀병이 찾아왔다. 이상하게도 자꾸 부딪히고 깨지고 넘어지기를 반복하던 아들. 의사는 망막세포가 소실돼 망막 기능이 저하되는 망막색소변성증이랬다. 현종 씨는 실명 단계 직전에 놓인 오른쪽 눈으로만 희미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왼쪽 눈은 실명된 지 오래다. 수술비는 자그마치 2억원. 당장 기초생활수급비 80만원으로 생활하고 있는 두 모자는 거액에 눈을 질끈 감는다.


참으로 무심한 세상이었다. 고등학생이 되던 해에는 만성 장질환인 크론병과 통풍까지 찾아왔다. 요즘 들어 통풍이 심해진 현종 씨는 걷는 것조차 힘들다. 설상가상으로 2년 전부터 수애 씨 몸도 고장 나기 시작했다. 허리협착증, 당뇨에 이어 얼마 전 찾아온 안면 마비. 하지만 엄마는 제 아픈 것도 모른 채 아들 걱정에 여념이 없다.


누구보다 제일 막막한 건 현종 씨 본인이다. IT 전문가를 꿈꾸는 현종 씨는 어서 취업해 고생한 엄마를 호강시켜드리고 싶지만 당장 앞도 못 보는 자신이 뭘 할 수 있을지 머리만 아프다. 수애 씨는 그저 아들 눈만 회복될 수 있다면 여한이 없겠다 했다.


"현종아 우리 잘될 거야 그치?"
세상이 원망스럽지만, 모자는 꼭 껴안은 채 서로를 다독인다. 그래도 길은 있지 않겠냐며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이는 둘은 차근차근 한 걸음씩 나아가기로 한다.


배주현 기자
pearz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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