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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대구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아프리카 기니에서 온 나자르(가명‧31) 씨의 울음소리가 가득 찼다. 난민 신청으로 겨우 얻어낸 기타(G-1) 체류 자격이 만료돼, 한국에서 그만 나가야 한다는 통보를 받은 참이었다.


"제발 도와주세요. 아이들이 굶고 있어요. 우리 돌아가면 죽어요. 살려주세요."
나자르 씨는 두 손으로 싹싹 빌어 봤지만 돌아온 건 '안된다'는 대답뿐이었다.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다. 정치적 박해를 피해 떠나온 한국. 피붙이를 데리고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지만 한국은 떠날 수도, 머무를 수도 없는 곳이 돼버렸다.


◆ 탄압 받던 고향 떠나왔지만 쉽지 않은 난민 인정
나자르 씨의 고향인 기니는 내전을 겪었다. 20개가 넘는 다양한 소수 언어가 있는 기니는 다수 언어를 쓰는 민족이 소수 민족을 탄압했다. 나자르 씨 가족도 탄압 받던 민족 중 하나였다. 어느 날 죽을 끓이고 있던 나자르 씨의 집에 군인이 들이닥쳤다. 협박하던 군인은 펄펄 끓는 죽을 나자르 씨의 팔에 그대로 쏟아부었다. 군인들을 피해 이사를 하며 숨고 들키기를 반복했다.


당시 남편 바트(가명‧38) 씨는 사업차 한국에 들어와 있었다. 목숨을 담보할 수 없는 고국으로 돌아가는 대신, 아내와 한국으로 망명하기로 했다. 2013년 나자르 씨는 남편의 부름에 학생비자를 받고 서울의 한 대학교 어학당에 입학했다. 바트 씨는 아내와 새 삶을 시작하고자 일자리가 많다는 소문을 듣고 대구 달성군에 와서 돈을 벌었다. 학생 비자 종료를 앞두고 부부는 난민 신청을 했다.


하지만 5년 전 난민심사에서 부부는 나란히 불허 처분을 받았다. 이의신청을 해 2차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최종 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임시 체류비자인 기타(G-1) 체류 자격을 받아 지내고 있다.


제대로 된 비자가 없으니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 인근 농가에서 농작물 재배를 돕고 일당을 받는 게 유일한 수입원이다. 수입도 들쭉날쭉. 바트 씨는 매일 새벽 5시에 일터로 나가지만, 비라도 오면 다시 집으로 발걸음을 되돌릴 수밖에 없다. 운수가 좋은 달은 많게는 150만원까지 벌 수 있지만 호주머니가 비어 있는 날이 훨씬 더 많다.


◆ 미숙아로 태어난 네 딸들, 생활고로 인스턴트 음식만 먹고 지내
난민 지위가 간절한 이유는 다름 아닌 네 명의 딸들 때문이다. 6년 전 외로운 한국 땅에서 선물이 찾아왔다. 첫째 딸 아마르(가명‧6)이 태어난 이후 둘째 루암(가명‧5), 셋째 쿠삼(가명‧2)이 부부에게 왔다. 딸들은 모두 미숙아로 태어났다. 나자르 씨의 고혈압과 선천적인 뱃속 질환으로 태아 영양 공급이 잘 안된 탓이다.


역시 미숙아로 2주 전 태어난 막내는 아직 인큐베이터에 있다. 밀린 병원비만 2천만원에 달한다.
딸들은 배고프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나자르 씨는 한국 음식을 만드는 데 서툴러 무슬림 음식을 만들지만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의 입맛에는 좀처럼 맞지 않다.


라면이나 즉석밥을 사먹이지만 돈이 없어 거의 유치원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게 전부다. 셋째의 분윳값도 만만찮다. 제일 싼 분유를 산다 해도 한 달에 20만원이 든다. 여기에 넷째까지 집에 오면 고정 지출은 두 배로 뛴다.


생활고 탓에 아이들에게 계절에 맞는 옷을 입히기도, 장난감 하나 사주기도 쉽지 않다. 30℃를 웃도는 무더위에도 아마르와 루암은 소매가 긴 옷을 걷어 올린 채 입고 있었다. 같이 놀자며 가져온 장난감은 색이 바래고 무늬마저 다 벗겨진 작은 고무공 하나였다.


나자르 씨는 어떻게든 돈을 벌고자 동네 아르바이트라도 전전해보지만 아프리카 사람이라 안된다는 차별에 두 번 운다. 한국에 뿌리를 내리고 살 수 있을지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아마르와 루암의 꿈은 힘든 사람을 도와주는 의사와 경찰관이 되는 것. 하지만 국적이 없는 아이들의 꿈은 물거품이 될 게 뻔하다. 막막한 엄마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두 딸은 경찰 놀이를 한다며 집 밖으로 뛰어나갔다.


배주현 기자 pearz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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